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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심은우는 싸늘한 얼굴로 윤지현의 뒤에 서 있었다. 윤지현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뒤를 바라보았다. 심은우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곧이어 윤지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 있는 단발머리 여자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윤지현이 왔을 때는 다리를 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칭칭 감으면서 거만을 떨더니, 지금은 웃기는커녕 얼굴이 한껏 일그러져서는 윤지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듯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나눴던 대화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그들은 구서희와 심은우가 만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고, 두 사람도 그걸 전혀 숨기지 않는 듯했다. 심은우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서둘러 말했다. “형수님, 죄송해요. 저희 그냥 헛소리를 한 거예요. 저희가 실수했어요.” “형수님, 은우랑 구서희 씨 아무 사이 아니에요.” “형수님, 우리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 심은우는 윤지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 윤지현은 고개를 돌린 뒤 그의 얼굴에 음료수를 뿌렸고 그 순간 분위기가 또 한 번 얼어붙었다. 다들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어떻게 감히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다음 순간, 윤지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가 아끼는 애랑 놀아. 난 남이 재미 보는 거 방해하는 취미는 없거든.” 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심은우의 손에서 손목을 빼내려고 했다. 심은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예 윤지현을 둘러업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복도에서 윤지현은 심은우의 어깨 위에서 힘껏 저항했다. 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했다. 심은우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돌렸고, 윤지현은 비싸 보이는 검은색 구두와 검은색 정장, 쭉 뻗은 긴 다리와 흰 손을 보았다. 그 사람의 손가락은 옥으로 조각된 것처럼 늘씬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엘리베이터 안은 너무 조용했고 윤지현은 무안함을 느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때 윤지현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꽤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윤지현은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가렸다. 클럽 밖, 심은우는 윤지현을 뒷좌석에 앉힌 뒤 자신도 차에 앉았다. 윤지현은 어지러움을 참으면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머리에 피가 쏠렸고 차에 던져지기까지 했으니 뇌진탕이 생길 것만 같았다. 심은우는 차 안의 콘솔박스에서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았다. 관찰력이 좋은 윤지현은 티슈 뒤에 콘돔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이때 심은우가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남편 바람피우는 거 현장에서 잡으려고?” 윤지현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차가 너무 더러웠다. “... 윤지현!” 심은우는 화를 내며 그녀를 잡아당겼다. “또 어디 가려고? 정말 징글징글하다.” 윤지현은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집. 집으로 갈 거야.” 심은우는 클럽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허지호를 불러 운전을 시켰다. 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지현은 심은우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는데 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집에 도착한 뒤 윤지현은 곧바로 차에서 내렸고, 주방으로 걸어가서 얼음물 한 컵을 전부 마신 뒤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갔을 때 심은우는 거실에 앉아 있었고 윤지현은 그곳으로 걸어가서 앉았다. 또 한 번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심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일 얘기를 하러 간 거야. 클럽에서 그런 소란을 벌이다니, 내 얼굴에 먹칠할 생각인 거야? 넌 네가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 지금 심술 가득한 무뢰한 같아.” “더 할 말 있어?” 윤지현은 평온한 얼굴로 대꾸했다. “나랑 오래 살고 싶은 거라면 그런 의미 없는 의심은 거둬. 난 네 기분까지 생각해 줄 정도로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냐.” “그래. 더 할 말 있어?” “...” 심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윤지현, 너 지금 이러는 거 얼마나 질리는지 알아?” 윤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싱긋 웃었다. ‘이제 곧 질리는 일 없을 거야.” 윤지현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심은우는 윤지현의 미소에 더욱 짜증이 나서 거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는 윤지현이 자는 걸 발견했다. 심은우는 샤워한 뒤 윤지현의 곁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윤지현은 심은우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누워 있으면서 그와 닿기 싫다는 듯이 바깥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몸을 돌린 심은우는 그녀를 억지로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의 움직임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심은우는 키도 크고 건장해서 힘주어 그녀를 안고 있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윤지현은 그렇게 몸이 굳은 채로 밤을 보냈다. 아침에 윤지현은 자신이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 위층에서 내려온 심은우는 윤지현이 혼자 앉아서 빵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외출하려다가 다시 다이닝룸으로 돌아와서 몸을 숙이며 그녀를 달래려는 듯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번 주말에 같이 바다 보러 가자. 우리 둘만 가는 거야.” 윤지현은 우유를 마시면서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주말이 되기 전날, 심은우는 홍콩에 한 번 가봐야 한다면서 약속을 취소했다. 윤지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심은우는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거나 함께 시간을 보낸 지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심은우는 그녀에게 이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는 이미 윤지현을 투명 인간처럼 취급했다. 언젠가 그녀가 사라진다고 해도 심은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주말이 되자 윤지현은 책장에서 자신의 책을 골라 캐리어에 담았다. 그녀는 일단 책을 챙겨 새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 평소 그녀에게 연락한 적이 거의 없던 시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윤지현은 전화를 받은 뒤 공손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사님.” 강혜경은 오만하게 말했다. “우리 집에 한 번 와. 예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을 문서로 남겨야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알겠어요. 오후에 갈게요.” “점심에 오도록 해.” “네.” 윤지현은 할 일이 없었기에 동의했다. 전화 너머 강혜경은 2층에서 심은우와 함께 정원에서 산책하고 있는 구서희를 즐거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윤지현에게 천생연분이 무엇인지, 누가 진짜 심은우의 운명의 상대인지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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