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조도현은 고개를 돌려 눈을 내리깔며 겸손하고 온화한 어조로 윤지현에게 물었다. “누군가 당신의 결백을 의심하는 말을 하기에 나도 모르게 참견하고 말았어. 동의 없이 나선 게 혹시 불편했나?” 윤지현은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감격을 꾹 눌렀다. “... 제가 도현 씨한테 폐를 끼쳤네요.” “내가 대신 설명해 줄까?” “...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그녀는 침착하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미 그가 나섰는데 마다하는 게 더 무례한 일이었다. 주변에 있던 명문가 아가씨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런 얼굴에 저렇게 신사적이고 우아한 태도까지 갖추다니,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묻는 모습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조도현은 몸을 돌려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어젯밤, 윤지현 씨를 구한 사람은 저입니다. 저는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그 호텔에 있었습니다. 떠나려던 순간, 복도에서 정신이 혼미한 윤지현 씨를 발견했죠. 그녀를 부축하던 사람이 수상쩍어 보여 호텔 측에 확인을 요청했고 이후 호텔 직원과 함께 그녀를 구하러 갔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조치하여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배제했다. 이렇게 하면 증언도 확실해지고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윤지현은 그의 철저한 배려에 감탄했다. ‘하지만 이렇게 빈틈없는 남자가... 어쩌다 우연히 이곳에 나타나 자신의 결백을 위해 나서게 된 걸까? 설마 너무 비참한 자신의 처지를 보고 이 대단한 사람이 자신에게 측은한 마음을 느낀 걸까?’ 그녀는 내심 궁금해하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과 표정이 그대로 심은우의 눈에 들어왔다. 심은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심씨 가문과 구씨 가문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고 구서희가 뭔가 말하려 하자 구다혜가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주변의 손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조씨 가문의 도련님께서 직접 나서서 윤지현을 두둔하는데 그 무게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설령 그녀가 정말로 추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