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8화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 우습구나

송재훈을 본 순간, 이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지어 그녀는 몸을 떨기도 했다. “연아,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방에 가서 좀 쉴래?” 원아도 송재훈을 발견하고 이연과 마찬가지로 마음 깊이 새겨 두었던 원한과 분노가 솟아올랐다. 이연은 자신에게 뼈아픈 상처를 준 남자를 바라보며, 온 몸이 오싹해졌다. 그것은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송재훈, 그녀의 일생을 망친 짐승 같은 놈! “연아…….” 원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연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그러자 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원아야, 내 걱정은 하지마 괜찮아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만은 없잖아 그냥 한번 부딪쳐 볼래.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이렇게 위축될 필요는 없어. 오히려 저 악마 같은 놈은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고 있잖아?” 이연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자신을 강간한 그 악마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연…….” 원아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그녀는 친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눈물이 있는 것을 알아챘다. 지금 이연은 슬픔으로 가득해 무기력해 보였다. “난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목소리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송재훈 곁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미녀들이 많이 있었다. 그는 마치 고대의 왕처럼 미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여전히 빛이 났다. 그는 사악하고 기분 나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재훈 오빠!”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의 품에 들어가 안기기 위해 서로를 밀쳐내고 있었다. “내 비들아, 다들 조급해하지 마. 이따가 짐이 너희들을 총애할 것이니 말이야.” 송재훈은 이 여자를 한 번 안았다가, 저 여자도 한 번 안았다. 그 교만하고 뻔뻔한 모습에 이연은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자신이 이런 사람과 엮일 줄은 정말 몰랐다. 만약 그녀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