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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연애하고 있는 남자

문 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고 마당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집에 돌아온 손자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늘 시큰둥하니 무표정하던 녀석에게 마침내 여자 친구가 생겼나 보다! 원원은 아빠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까치발을 한 채 어린아이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도 카톡 할 줄 알아?” 이 집에서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둘째 할머니, 삼촌은 모두 카톡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카톡을 사용한 적이 없다. 문소남은 소파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고 시선을 집중한 채 초조하게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았다. 내내 원아의 답이 없다. 싫다는 뜻? 그때 문예성이 위층에서 내려오다가, 형이 카톡을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서, 문소남의 옆으로 다가가 기웃거렸다. "음, 프로필 사진도 없네.” 문소남은 음울한 표정으로 원아와의 톡창을 닫았다. 왜 답장을 안 하지? "여자랑 얘기하는 거야?" 문예성이 소파 반대편에 앉아 물었다. 그는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차가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프로필 사진을 슬쩍 보니까, 여자들이 즐겨 쓰는 만화 얼굴이던데? 여자하고 카톡 하면서, 형은 왜 그렇게 음울한 얼굴을 하고 있어?" 밖에서 듣고 있던 문 어르신도 미간을 찌푸렸다. 문예성이 노련하게 분석했다. “형이 쫓아다니는 여자가 아직 형하고 사귀겠다는 말을 안 해? 와! 어떤 여자길래 T그룹 최고경영자도 눈에 안 찬대? 밀당하는 건가? 청혼하라고 압력 넣는 거야?” 금욕적이고 냉혹한 형은 그동안 여자가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뭐에 홀렸는지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문예성은 사업에 있어 수단이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형이 혼자 잘난척하다가 이상한 여자의 손에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문예성은 여자를 잘 안다. 그들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부자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고, 첫 번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두 번째 목표는 한몫 챙기는 것이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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