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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장

"진아연! 너 뭐 하러 가?" 그의 잠긴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녀는 그의 조금 통제되지 않은 어조에서 그가 방금 깬 것을 알 수 있었다. "B국에 할 일이 있어서요." 진아연은 티켓을 들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 누가 내가 외국에 간다고 얘기한 거예요?"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되레 물었다. "곧 애들 생일인데 지금 꼭 B국에 가야겠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평소라면 그녀는 그가 오지랖이 넓다고 말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매우 차분했고,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가 이런 일련의 질문을 던진 이유는 그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급한 일 아니에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박시준 씨,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일이에요. 당신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애들 생일 전에는 꼭 돌아올 거예요." 그는 미간을 주무른 뒤 냉정을 되찾았다. "아무 일 없으면 됐어." "네. 계속 자요! 이제 비행기에 탑승해야 해요." 그녀는 시선을 떨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와 이렇게 평화로운 대화를 나눈 지 얼마나 되었지? 그들은 가장 날카로운 면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래." 전화 통화를 마친 그는 이불을 젖히고 긴 다리를 뻗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욕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얼굴에 맺힌 물방울이 얼굴 윤곽을 따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누군가를 신경쓰는 마음은 결국 숨길 수 없구나. 방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두 사람이 여전히 냉전 중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을지 안 받을지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가 안 받으면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는 응답을 거부하지 않았고, 그녀를 간섭했다고 그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비행기는 B국 수도 공항에 도착했다. 진아연은 공항에서 나온 뒤 원래 바로 최운석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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