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6장
성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즉시 이해했다.
"시준아, 한동안 푹 쉬어!" 성빈은 빈 술잔을 가져다가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너 요즘 마음고생 많았을 거잖아."
박시준은 잔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마음고생은 진아연과 아이들이 더 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아연이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거야. 지금 불쑥 찾아가면 문전 박대받을 거 뻔한데." 성빈은 그가 문전 박대 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4월 1일 준기 결혼식에 아연이도 초대했으니 올 거야. 그때가 좋은 기회인 거 같아."
박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한 달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으로 많은 것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한이와 라엘이도 곧 개학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걔도 귀국할 거야" 그가 우울해하는 것을 보고 성빈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진아연이 곧 귀국한다면 여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일은 좀 성가시게 될 것이다.
"걘 B국에서 환자 한 명 받았어." 박시준은 그녀의 방에서 본 서류 봉투가 떠올랐다. "그 환자의 병은 시은이와 동일해."
"그래? 그런 우연히 있어?" 성빈은 약간 놀랐다. "그래서 당분간 돌아오지 않는 거야? 아쉽지만, 그 환자를 받았다는 건 걔도 시은이가 그립다는 얘기지!"
시은이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아연은 그녀가 그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틀 후 마이크가 라엘이와 한이를 데리고 A국으로 돌아왔다.
조지운이 공항에서 그들을 마중했다.
두 아이를 본 조지운은 그들에게 준비한 작은 선물을 나눠주었다.
"고맙습니다, 지운 삼촌." 라엘이는 선물을 받았지만, 한이는 고개를 돌린 채 받으려 하지 않았다.
한이는 조지운이 박시준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엘아, 먼저 오빠를 대신해 받으렴! 그리 비싼 선물이 아니야." 조지운는 난감한 상황을 재빨리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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