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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장

"그녀를 만났어?" 박시준은 담배 하나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만났어." 성빈은 그가 화를 내지 않자 마음속의 분노가 조금 줄었다. 심지어 그에게 라이터가 없는 걸 보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그녀가 날 찾아왔었어." 성빈은 그의 옆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서 담배 한 대를 주워 불을 붙였다. "무슨 약점을 잡힌 거 아니야?" 박시준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씁쓸하게 말했다. "강진이 아니야." "그래? 강씨 가문에게 약점을 잡힌 거야? 어쩐지, 내가 아는 강진은 지금의 모습으로 절대 사람들 앞에 나설 사람이 아니거든. 정말 너랑 결혼한다고 해도 절대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진 않을 거야." 박시준이 성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모습인데?" "설명하기 어려워. 지금 머릿속으로 강진 씨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섬찟해." 성빈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면서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부러뜨렀다. "지난날의 사랑이나 증오나 모두 무색해졌어. 난 지금 그녀에 대한 느낌은 오로지 무섭다는 거야. 동정도 조금 있고." 박시준은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고 나서 말했다. "내일 가봐야겠어." "내일 그녀를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성빈이 소파에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진이 어떻게 변했던 난 그녀와 결혼할 수밖에 없어." 박시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 연기를 내뿜었다. "난 이미 진아연과 아이에게 상처를 줬으니 다른 선택이 없어." "몇 년 전에 이미 결정했던 거야?" 성빈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 "그럼 B국엔 왜 갔는데 ? 그리고 왜 그녀와 발렌타인데이는 보냈고 가족사진도 찍은 건데? 너 제정신이야?" "맞아. 나 제정신 아니야." 그는 솔직히 말했다. "꿈에서도 그녀와 함께 있길 원해. 그래서 그녀가 날 불렀을 때 잠시 이성을 잃었었어." "이게 아연 씨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 줄 알면서 좀 억제하지 그랬어? 아연 씨와 아이는 어떻게 해? 너 혹시 아연 씨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거 얘기하지 않았어? 넌 분명 말하지 않았을 거야!" 성빈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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