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5장
그는 빨개진 두 눈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수면제도 깜빡했어."
"불면증이 이리도 심했어요? 그럼 어제랑 전날 밤은 어떻게 잤어요? 설마 매일 잠을 설쳤던 건 아니죠?" 진아연은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며
이불을 들추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일단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으니 우선 약부터 구해줘야 했다.
"어젯밤부터 시작됐는데 아마 이틀 동안 너무 행복해서 시은이가 생각나더라고." 박시준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 봐 괜찮은 척 말을 이었다.
"시은 씨가 떠나서 시준 씨가 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시준 씨,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죠. 시은 씨가 살아있다면 슬픔에 빠진 당신의 모습에 기뻐할 리가 없잖아요. 자주 먹는 약 이름은 기억나요? 아니면 제가 알아서 사 올까요?" 진아연은 그를 위로해 주며 코트를 몸에 걸쳤다.
"같이 가자!" 이에 박시준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에요. 누워있어요." 진아연은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이제 약국도 문을 닫아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인이 병원에 있어 아마 금방 돌아올 거예요."
"진아연, B국에 아는 사람도 많고 생활도 편한데 왜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리 편리해도 고향이 아니잖아요. 실은 국내에서도 지인들이 많아요. 다만 박시준 씨만큼 뛰어나지 못해 이들의 존재를 몰랐던 거예요." 진아연은 그런 박시준의 모습에 참지 못해 장난쳤다.
"그럼 경호원을 데리고 가."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누워 계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가방을 들고 침실을 떠났다.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박시준은 아무 말 없었지만 실은 속으로 한탄했다.
이런 행복한 나날들이 곧 끝날 거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거다.
박시준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해결할 수 없었고
귀국할 때 그녀한테 어떤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이 뻑뻑해질 때까지 끔뻑거리지도 않았다.
이때 웬 차가운 액체가 귓가를 스치고 떨어졌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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