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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장

뜻밖에도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내일 귀국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만나서 얘기하죠." 그의 마음속에 있던 모든 분노와 두려움이 한순간에 억눌려졌다. 그는 성빈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성빈은 그녀가 박시준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성공적이라고 했었다. 이 순간, 그는 성빈이 했던 말의 의미가 이해되었다. 확실히 그는 진아연에게 제대로 컨트롤되고 있었다.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모든 증거가 그녀의 배신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믿었다. "진아연." 전화를 끊기 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서 그녀는 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영상을 보았던 게 틀림없고, 그녀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고통스러울 리가 없었다. "시준 씨, 날 믿기 힘든 거 알아요." 그녀는 이 우울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다. "나도 그게 나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던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수없이 반복해서 봤어요." 그녀는 조금 울먹였다. "시준 씨, 그건 내가 아니에요." 그녀가 이 말을 한 뒤 라엘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빠 왔어요!" 박시준은 라엘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감정을 컨트롤했다. "애들 잘 돌보고 있어. 돌아오면 얘기하자." 통화는 여기서 종료되었다. 라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고 아연에게 물었다. "엄마, 쓰레기 아빠와 통화하는 거 맞죠? 엄마를 울리는 건 그 사람뿐이잖아요." 울지는 않았지만 진아연은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라엘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기에 그녀가 왜 슬퍼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일은 박시준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라엘아, 요즘 휴대폰 하면 안 돼, 알겠어?" 진아연은 딸이 관련 뉴스를 볼까 봐 두려웠다. "난 휴대폰도 없잖아요!" 라엘은 억울한 듯한 표정이었다. "네가 마이크 삼촌의 휴대폰을 갖고 노는 거 엄마가 다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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