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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주말. 진아연과 부회장은 회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연아, 빨리 금고를 열어야 해. 하준기 쪽에서 계속 우리에게 회답을 재촉하고 있어.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감히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손에 쥐고 카드가 없으니 원!" 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젯밤에 아버지께서 비밀번호로 사용할 만한 숫자 몇 개를 적어 봤어요. 문제는 비밀번호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예요." 부회장은 그녀에게서 메모지를 받아 적힌 숫자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한번 입력해 보자꾸나." 두 사람은 비밀통로로 들어가 금고 앞에서 숫자를 조합해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자, 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왕은지는 알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집 도어록 비밀번호가 아버지와 왕은지의 생일을 조합한 거예요. 아버지가 아프시기 전에 왕은지에게 엄청 잘해주셨죠." 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왕은지가 우리 새 시스템의 가치를 알았다면 이미 챙기고 떠났겠지." 아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금고 안에 있는 물건 말인데요. 혹시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건 아니겠죠?" 그 말을 들은 부회장의 표정은 순식간에 크게 바뀌었다. "절대 그럴 리 없어! 여기에는 전용 CCTV가 있어. 매일 지켜봤는데 우리 말고는 아무도 온 적 없어." "그래요? 비밀번호 없이 이 금고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메모지에 적은 이 숫자들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 부회장은 생각에 잠긴 듯 방안을 왔다 갔다 하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완전히 열 수 없는 건 아니야. 비밀번호가 없다면, 금고를 부술 수밖에 없지. 다만 금고를 부수면 안에 들어있는 것도 파괴될 수 있어. 리스크가 꽤 크지." 진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회장이 다시 말했다. "좀 더 생각해 보자! 정말로 열 수 없을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금고를 부수도록 하자." 진아연은 무언가를 생각하며 답했다. "네." "아연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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