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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장

오늘 밤 진아연이 아무 이유 없이 그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재검사 결과에는 정말로 문제가 있었다. ...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진아연은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그녀가 정오에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박시준의 CT 결과를 요청하자, 의사가 검은색 메모장을 꺼내더니 박시준이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그는 방금 그녀가 준 약도 그렇게 버려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차 안에 음악을 틀었다. 노랫소리가 잠시나마 그녀의 고민을 잊게 해주었다. 전방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그녀는 차를 세웠다.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너와 함께 우산을 쓰고 천천히 빗속을 걷고 싶어. 가만히 손을 잡고서. 하지만 너는 우산을 내던지고 내리는 비와 함께 나를 안아주었지. 우리는 서로 전혀 다르지만 거부할 수 없어... 네가 너일 때 비로소 나도 나일 수 있어. 서로가 서로의 흠이 되는 우리..." 그녀는 그와 함께 비바람을 헤쳐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잡은 것은 다른 여자의 손이었다.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튼 노래가,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빨간 불이 어두워지고 녹색 불이 켜졌다. 그녀는 액셀을 밟아 차를 몰았다. 영상 통화 벨 소리가 울렸다. 한이에게서 온 것을 보고는, 그녀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음악을 껐다. 그리고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조절했다. 영상 속 아들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이야, 라엘이는 집에 돌아왔니?" "네." 한이는 엄마의 눈이 붉은 것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웃고 있지만, 전화를 받기 전에 울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자, 한이는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라엘이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엄마! 난 기분이 별로예요!" 라엘은 막 잠에서 깨어 잠투정을 부렸다. "엄마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됐어요!" "지금 엄마 보고 있잖아. 엄마가 매일 너희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걸?" 진아연이 라엘을 달래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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