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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수현은 임신해서부터 화장품과 향수 등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냄새는 틀림없이 다른 여자의 것이다. 은수가 방금 다른 여자를 안고 지금은 또 자신을 꼬시려 한다는 생각에 수현은 매우 불쾌해하며 온 힘을 다해 남자를 밀어냈다. 그녀가 자신을 밀어내자 은수는 약간 정신을 차렸다. 수현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또 왜?" 수현은 이 남자가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느꼈다.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 다른 여자를 찾고 싶으면 얼른 가요. 여기서 나 귀찮게 하지 말고요." 말이 끝나자 수현은 곧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은수를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뺨 내리칠까 봐. 하지만 수현의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은수는 갑자기 그녀를 자신의 몸 밑으로 덥석 잡아당겼다. 수현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몸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은수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을 때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서 이러지 마요. 난 당신이 사랑하는 그 여자가 아니라고요. 이거 놔요!" 은수는 흥미진진하게 수현의 화내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 이 여자는 항상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흥분해서 화를 낼 줄도 알고? 그러나 은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싫치가 않았고 오히려 좀 귀엽게 느꼈다. 은수는 수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질투해서야?" 수현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천만에요. 내가 왜 질투를 해야 하는 거죠? 꿈 깨요." 은수는 그녀가 조급해하며 반박하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왜 이렇게 화가 났지?" 수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게, 그녀는 왜 화가 났을까? 그녀도 사실 마음속으로 조금 질투했지만 은수 앞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은수는 여자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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