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하인은 공손하게 쪽지를 온은수에게 넘겼고 쪽지를 펴 보니 짤막하게 남겨진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은수 씨, 오늘 오후 당신 옆에서 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은수씨한테 참 부끄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빽도 뭐하나 볼것 없는 제가 감히 당신을 욕심내면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렇다고 당당히 나설 수도 없는 숨겨진 여자가 되긴 싫어요, 그래서 전 당신을 떠나려 해요, 행복하세요.”
온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쪽지를 홱 구겼다, 분명 오후에 차수현의 목소리가 들려 그녀가 오해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전담 기사한테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걸어서 나갔단 말인가?
유예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온은수, 어찌 됐든 자신의 목숨을 살린 여자인데 그래서 그녀에게 명분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대로 가버리다니.
“애들 풀어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
온은수는 고용인에게 당부한 뒤 곧 윤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유예린의 위치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온은수도 더 이상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별장 근처의 골목들을 다니며 유예린의 행방을 찾기에 급급했다.
온은수는 천천히 운전을 했고 거의 포기해야하나 생각할 때 쯤 바로 앞 골목에서 어렴풋이 한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온은수는 즉시 차를 세워 그쪽으로 향했고 그제서야 유예린이 발을 절뚝거리며 바깥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았다.
“예린 씨, 왜 혼자 여기까지 왔어요? 발은 또 언제 다친건데요?”
그 자리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유예린은 온은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안심했고 그녀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온은수 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쪽지에 다 남겼으니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믿어요, 그러니까 저 그냥 가게 내버려두세요.”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유예린은 괜히 애쓰는 척 연기를 하다 급기야 얼굴을 온은수의 품에 파묻었다. “은수 씨, 솔직히 말해줘요, 당신한테 다른 여자 생겼죠? 그런데 왜 또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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