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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얼떨결에 벌어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차수현, 온은수가 화가 난 이유가 이것 때문이였다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차씨 집안에서 차예진과 자신에 대한 차별 대우가 그녀에겐 이미 익숙해졌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녀 본인 역시 이에 대해 한 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었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이 모든걸 목격한 온은수가 이 일로 화를 내다니… 차수현은 순간 왼 쪽 가슴이 뭔가에 심하게 쿵 부딪힌 듯 저려왔고 씁쓸한 마음과 함께 약간의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어쨌든 고마워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시피 한 말이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들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봉투를 품에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잘못을 한 어린 아이 같았다. 온은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싶더니 이내 뭔가 깨달은 듯 이성을 되찾고 재빠르게 그녀한테서 시선을 피했다. “집에 가.” 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온은수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순순히 조수석에 탔다. 달리는 차 안은 너무나 평온했고 차수현은 너무 졸린 나머지 고개를 이따금씩 떨구다가 결국엔 잠이 들었다. 온은수는 잠이 든 그녀를 보자 에어콘을 끄고 속도를 줄이며 평소 그의 운전 속도 보다 천천히 운전을 했다. 어느새 그들은 온씨 집 문 앞에 도착해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깨우려다가 잠에 든 그녀에 모습을 바라보니 이미 깊은 잠에 든 듯 했다. 마침 따스한 햇살이 차창을 뚫고 비추어 들어오면서 그녀의 우유빛갈 피부를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뽀얀 살결과 얼굴의 솜털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유독 빛이났고 과즙미 팡팡 인간 복숭아를 방불케 했다. 살짝 벌린 그녀의 입술, 선분홍 빛 속살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심지어 그녀만의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 한 동안 넋이 나간 듯 그녀의 미모를 지켜보고 있는 온은수,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한테 바짝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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