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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수현은 그곳에 서서 방금 은수가 한 매정한 말을 계속 떠올렸다. 그녀는 거기에 한참 서있다가 수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한 혜정은 그녀를 찾으러 병실에서 나왔다. 수현이 복도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혜정은 급히 달려왔다. "수현아, 온은수와 얘기해 봤어? 어때?" 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려고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돕기 싫은 거야?" 혜정도 이 말을 듣자마자 매우 조급해했다. 유담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손자이며, 그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아이였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혜정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약혼해야 한다며 더 이상 그를 방해하지 말래요." 수현은 씁쓸하게 말했다. "뭐? 벌써 다른 여자랑 약혼했다고?" 혜정은 은수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유담의 목숨을 구하려면 반드시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자신이 떠난 후 며칠 만에 은수가 이렇게 빨리 예린과 약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도 애초에 그가 다른 여자와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말 역시 그녀를 달랜다고 그랬던 것일지도. 그는 그때의 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 데다 또 알 수 없이 실종된 그의 전처에 대해 비열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이런 감정들은 사랑과 무관했다. 그녀가 은수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지위를 너무 과대평가했고 남자의 못된 마음을 무시했다. "수현아, 정 안 되면 그냥 유담의 신분을 그에게 말해. 호랑이는 독해도 자신의 자식을 잡지 않았으니 그도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을 거 아니니." 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용없어요. 그는 이미 나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거든요.” 그녀는 확실히 유담의 신분을 말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남자는 그녀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 그는 예린과 약혼까지 했으니 앞으로 그들도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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