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장
방 안의 조명은 어둑했고 희미한 불빛 속에서 강기준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어둠에 가려 더욱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까 그 알바생 네 눈에는 차지도 않겠지.”
정라엘은 순간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강기준의 고급스러운 슈트는 이미 비에 젖었지만 오히려 성숙한 남성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그는 그저 방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정라엘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때 결혼했던 남자는 강기준이었다. 그처럼 뛰어난 남자를 경험한 그녀에게 한낱 여관의 알바생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더니 붉은 입술을 살짝 들어 올렸다.
“기준 씨 주변에 유능한 사람들 많잖아. 괜찮은 사람 있으면 나한테 좀 소개해 줘.”
강기준은 그녀를 흘긋 바라본 뒤 시선을 거두고 목에 걸친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지.”
“고마워, 기준 씨.”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리며 배소윤이 나왔다. 그녀는 최대한 빠르게 씻고 나왔다.
“라엘아, 너도 얼른 씻어.”
정라엘은 주저 없이 욕실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샤워를 한 사람은 강기준이었다. 그가 욕실로 들어갈 때 정라엘과 배소윤은 이미 침대에 나란히 누워 마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배소윤은 울음을 쏟아낸 뒤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 그녀는 정라엘에게 조수혁과 강채연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정라엘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마도 강채연이 일부러 조수혁한테 접근한 것 같아. 강채연은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조수혁이야. 소윤아, 너 아직도 조수혁 좋아해?”
배소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예전에는 조수혁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부 거짓이었어. 그건 그냥 계산된 가식이었을 뿐이야.”
그 대답에 정라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채연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배소윤이 스스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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