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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장

정라엘은 한 발 내디디려 했다. 하지만 그때 잔잔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이도영 변호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라엘 씨! 경찰서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빨리 와보셔야 해요!” 정라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다은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녀는 망설일 틈도 없이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렸다.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이도영이 급히 그녀를 맞이했다. “라엘 씨!” “다은이는 괜찮아요?” 정라엘이 다급하게 묻는 순간 그녀의 말이 뚝 끊겼다.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노지우가 경찰서에 와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명품으로 치장한 채 뒤에는 여러 명의 수행원들과 변호사 두 명을 대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정라엘 앞에 다가오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라엘아, 서다은을 보석으로 풀어주려고 한다며? 꿈 깨. 네 소중한 친구, 여기서 평생 못 나갈 거야.” 이도영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오늘 노지우 씨가 두 명의 변호사를 데려왔는데, 둘 다 한스 그룹 소속의 에이스 변호사들입니다. 한스 그룹의 법률팀은 국내 최강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어요. 한스 그룹이 개입한 이상 서다은 씨를 풀어주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정라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준 씨가 지우에게 이런 수준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었단 말이야?’ 노지우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라엘아, 이제 기준 씨와 나 사이를 알겠지? 정말 미안해. 나도 알아, 기준 씨가 네 남편이라는 거. 그런데 어쩌니, 기준 씨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잖아? 우리 둘은 어쩔 수 없이 끌렸어.” 정라엘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지우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키득거리며 속삭였다. “나 네가 얼마 전에 기준 씨랑 첫날밤 보냈다는 거 알아.” 정라엘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노지우는 태연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당연히 기준 씨가 말해줬지.” ‘기준 씨가 이 일을 노지우에게 말했다고?’ 노지우는 더욱 뻔뻔하게 웃으며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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