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삼 년 후

내가 그렇게 강하게 말할 줄 몰랐는지 배성후조차 놀란 기색이 보였다. 반면 유시은의 눈에는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반항하면 할아버지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그녀가 바라던 바였기 때문이다. 배성후가 화를 내기 전에 나는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저는 대학교 동창이 저녁을 사주겠다고 해서 나갔습니다. 제 동창의 사촌 오빠가 마침 귀국했거든요.” “지난번에 박유정이 저를 기습해서 망신을 주려 했을 때 술에 취한 사람이 저를 귀여운 빡빡이라고 부르며 가발을 벗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동창 사촌 오빠가 도와줬을 뿐인데 더 물어보실 게 있으신가요?” “혹시 박유정의 혼이라도 불러서 누가 박유정에게 사주했는지 물어볼까요?” 배성후는 그렇게 쉽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유시은을 바라보는 표정이 조금은 달라진 것을 보고 나는 내 추측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유시은은 겁에 질린 척하며 말했다. “진욱 씨, 희주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귀신이니 뭐니... 나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유시은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배진욱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배진욱은 그녀를 피했다. 곧이어 배진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에 서서 내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오해였으니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데리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배진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은 뭔가 내내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가 말을 하지 않으니 나도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배진욱이 나를 믿든 안 믿든 상관없었으니 말이다. 마침내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소유진이랑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유진이네 사촌 오빠가 방금 귀국해서 같이 저녁 먹었어. 유진이는 일이 생겨서 먼저 갔고.” 내 설명에 말문이 막혔는지 얼마 뒤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촌 오빠라는 사람 왠지 수상한데... 한 방에 사람을 쓰러뜨리잖아.” 나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학창 시절에 한 방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