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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장 행동 개시

결국 난 퇴원하고 강유정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엄현주가 병실로 쳐들어왔던 사건이 마음에 걸렸던 강유정은 나를 변장까지 시켰다. “내 비서를 시켜 휠체어를 끌게 할게. 그러면 아무도 널 알아보지 못할 거야.” “오는 길에 봤는데 밖에 기자나 팬들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강유정도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었고 여러 경호원을 대동했다. 하지만 난 이렇게 큰 스케일에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타고 온 승합차만 봐도 강유정은 숨기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껏 진지해 보이는 강유정을 보며 난 말을 아꼈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급히 달려오는 배진욱과 마주쳤다. 내가 변장했음에도 배진욱은 단번에 날 알아보며 말했다. “희주야, 퇴원하는 거야? 이제 괜찮아?” 난 짙은 선글라스와 모자, 그리고 큰 마스크도 착용했는데 배진욱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강유정은 서둘러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배진욱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컨디션 확인하려는 건데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진욱 씨, 물건 다 챙겼으니 빨리 돌아가요.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서유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날 발견한 서유나는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바로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희주 씨 퇴원하는 거예요? 집에서 통원 치료받으려는 거예요?”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라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면 좋죠.” 진심으로 보이는 서유나를 보며 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서유나는 연기에 능한 사람이었고 내가 배진욱을 따로 만나지 않은 이상 늘 나한테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다. 강유정은 서둘러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며 대화를 중단시켰다. 그런데 배진욱이 날 막아서며 말했다. “요즘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만 있어. 알겠지?” 배진욱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고 난 선글라스 뒤로 표정을 숨겼기에 배진욱은 내 기분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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