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꼭 잘 돌봐줄 거야

배진욱이 나를 바라볼 때, 그의 눈에는 어딘가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나는 배씨 가문이 이토록 복잡하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배성후가 배진욱을 중시한 이유도 결국 그에게 재연 그룹을 지탱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큰 회사를 유지하려면 능력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배진욱에게 진 빚이 있다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널 도와서 이 고비를 꼭 넘기게 할 테니까.” “희주야!” 배진욱이 내 손을 꽉 잡자 나는 약간 어색해하며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 후, 무심코 손을 뺐다. “그만 이제 집에 가자. 피곤해.” 나는 정말로 지쳤다.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거의 한계였다. 학창 시절 때처럼 배진욱은 나를 바짝 따라다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고 오히려 유시은의 배 속에 있는 아이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별로 식욕이 없었는지라 나는 배진욱이 주문한 죽도 두 숟갈 남짓 먹고 그만두었다. 그러자 배진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혈당인데... 밥도 안 먹으면 더 쉽게 쓰러질 거야.” ‘내가 저혈당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는 거야?’ 나는 웃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배진욱은 과일을 잘라서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과일은 좀 먹을 수 있겠지?” “너도 몸조리 잘해야 하잖아. 우리 같이 건강 잘 챙기고 앞으로는 우리만의 아이를 가지자.” 배진욱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에게 아이를 낳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낳을 수 있다고 해도 나는 배진욱의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참았다. “유시은 씨의 아이는 어떻게 할 거야?” 갑자기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 배진욱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마침내 그는 나를 똑바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