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1장 기대할게요
나는 손을 뻗어 헝클어진 서유나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배진욱이 나를 구한 건 사실이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내가 죽지 않기를 바랐겠지.
혹은 줄곧 내가 죽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보다 잘 지내기를 원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무던해지고 아물겠지만, 흉터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배진욱이 나를 미행하는 데는 분명 다른 목적이 있었을 거다.
배진욱이 요즘 뭐 하고 다니는지 알아보고 싶었지만, 안소연이 이 사실을 알면 충동적으로 나올까 봐 나는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로 연락할 수 있는 부하가 없으니 이런 점이 난감하긴 했다.
고개를 들자 서유나의 멍한 두 눈을 마주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나를 보호하려고 미행한 건 아닐 거예요.”
“됐어요. 유나 씨가 내 말을 그대로 믿을 리도 없고. 그래도 오늘 실컷 울고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고 나니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서유나가 나를 찾아온 것도 그냥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어서였을 거다.
나도 그녀와 비슷한 처지였기에 공감할 수 있다. 이런 사적인 감정을 누구에게나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게 심신 건강에도 더 좋다.
서유나는 멋쩍은 듯 코를 만지며 말했다.
“사실 저도 일부러 로아 씨를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두 사람이 전에 있었던 일 저도 다 알아봤어요. 하지만 저는 진욱 씨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모르지만, 진욱 씨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 그리고 저도 누구보다 진욱 씨를 믿어요.”
서유나는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고 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 씨가 믿으면 돼요.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말아요.”
사랑에 빠진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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