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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그럴 필요 없어

“강, 강희주?” 제일 처음 정신을 차린 건 소유진이었다. 그녀는 박유정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옆에 버린 후 멍하니 서 있는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고 있어? 얼른 저 여자 끌어내!” 나는 머리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가발은 떨어졌어.’ 가발을 쓴 순간부터 계속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근데 설마 가발을 잡힐 줄이야. 거기다 라이브 생중계까지 되었으니, 인터넷에서의 댓글과 반응이 너무 무서워서 SNS를 보기가 두려워 났다.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썰물처럼 밖으로 빠져나갔고 다시 나와 소유진 단둘이 남게 되었다. 소유진은 다시 가발을 씌워 주려고 했는데 처음인지라 서툴러 제대로 착용이 안 됐다. 급한 나머지 눈물이 글썽해진 소유진을 보자 나는 가발을 다시 받아 쥐었다. “내가 할게.” 소유진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사과를 해주었다. “미안해. 처음부터 말려야 했는데 한 방 먹일 생각밖에 없어서 제때 못 말리게 됐어.” 나는 유리에 비친 실루엣을 보면서 신속하게 가발을 조절했다. “너랑은 상관없어. 이미 충분히 도와줬잖아. 오늘 정말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는 불륜녀로 낙인찍혀서 손가락질이나 받고 있을걸.” 진지하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소유진의 미안한 안색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이건 새로운 유행이야? 너는 긴머리가 이뻤었는데.” 그러다 뭐라도 깨우친 듯 소유진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녀는 나를 의자에 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희주야, 그냥 삭발한 거야, 아니면 아파서 이렇게 된 거야?” “머리카락이 빠지는 병. 너, 너... 암인 거야?” 눈물이 고인 소유진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머리를 끄덕였다. 소유진은 갑자기 일어서면서 초조한 듯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 졸업하던 해 종양 과에서 널 봤어. 우리 할머니가 거기에 입원하셨거든.” “그리고서 너는 스턴국으로 간다고 했지. 그때 집에도 일이 생겼다고 들었어.” “재벌 2세랑 떠난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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