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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두고 보자고.

배진욱은 머리채 잡기의 천재였나 보다. 한방에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뽑아버렸으니 말이다. 대머리가 된 상황에서 동료들의 눈에 띌까 봐 심히 걱정되었다. 발각된 순간에 회사 내에서 새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점심 휴식 시간을 타 나는 병원 뒤에 있는 가발 가게로 향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었던 여자아이가 이쁜 양갈래 머리를 파는 곳이라고 추천해 준 가게였다. 예전에 나는 가발이 무서웠다. 괴담에서도 자주 나오는 물건이라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가발 가게로 발을 들이자, 생각이 바로 바뀌었다. 여기서 판매되는 건 단순한 가발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여러 헤어스타일로 다양하게 갖춰졌고 장사도 엄청나게 잘 되는 것 같았다. 나를 보자 사장님은 열정적으로 반겼다. “손님 어떤 가발을 보시려고요? 좋아하는 종류는 있나요? 아니면 제가 소개해 드릴까요?” “이거 전부 다 진짜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가발들이거든요. 화학 섬유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았고요. 오래오래 쓸 수 있는 애들이에요.” 나랑은 비슷한 나이 또래인 것 같은데 비단결처럼 흘러 내려온 풍성한 장발을 보며 나는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의 부러움을 알아차린 듯 사장님은 가발을 머리에서 떼어 내면서 말끔한 민머리를 보여주었다. “어때요. 부럽죠? 손님도 이런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어요. 우리 집 애들은 특별히 이쁘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민머리라도 손님은 충분히 이쁘실 것 같은데요.” 사장의 열정이 나한테도 옮겨졌는지 고민 끝에 나는 지금이랑 비슷한 단발을 하나 선택했다. 그녀는 소개하면서 지금은 해외에서도 가발이 유행이라고 알려주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안 알려졌지만 해마다 가발 수출 수익이 사실은 엄청나거든요 ” “젊은 애들도 가발 한두 개쯤은 갖고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시큼해 왔다. 젊은 애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서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발로 가리는 거니 완전히 다른 경우였다. 나의 상실감을 느낀 듯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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