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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장 안민혁을 협박하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채영은 자연스레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오늘 나는 빨간색 단발을 하고 있었고 며칠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다행히도 스턴국 여자들 대부분이 가발을 애용해서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로아 씨? 알레르기가 아직 안 나은 건가요?” 왠지 모르게 고채영의 목소리에 나를 향한 관심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로아와 고채영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고채영이 한숨을 쉬며 계속 말했다. “여기 물이 체질에 안 맞나 봐요. 아무래도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희주도 예전에 몸이 안 좋아서... 입가가 항상 알레르기 때문에 빨갛게 올라왔어요.”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고채영은 그제야 실례라고 생각한 듯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안 대표님, 별일 없으시면 이만 가볼게요. 내일 귀국하는 거 말씀드리려고 잠깐 들린 거예요.” 안민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고채영이 사무실을 나갈 때까지 그녀를 바라봤다. 고채영이 나가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친구 다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 나를 바라보는 안민혁의 두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나도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정말 행운이 가득한 삶을 살아왔었다. 가족들도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고 친구들도 나를 많이 챙겨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큰 시련 앞에서도 살아남았다. 모든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에 온 김에 나는 프로젝트 수정을 계속했다. 특허 부분을 제외한 전반적인 디자인은 다 마음에 들었다. 특허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전에 소성진이 보내준 사진을 다시 열어봤다. 강유정의 만삭 사진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살도 전보다 많이 오른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옆에 있었다면 강유정이 살쪘다고 한껏 놀렸을 텐데... 강유정이 행복해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녀는 사진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민혁도 다가와 내 휴대폰속의 사진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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