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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장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돼

내 말을 들은 안민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화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 했다. “오빠, 내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오빠뿐이야.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선영 씨 말이야. 괜찮은 사람이야. 게다가 좋은 집안 배경도 가지고 있고... 결혼하기에는 적합한 사람이지. 선영 씨도 오빠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고.” 나는 여자로서 유선영이 안민혁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동안, 안민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혼자서 계속 말하려니 나는 조금 어색해져서 더 말하지 못했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예복도 예약한 상태였고 분명 약혼도 할 것이었다. 나는 유선영의 온화한 얼굴을 떠올리며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갑자기 안민혁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해서 그의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음이 아팠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었다. 안민혁은 주먹을 꽉 쥐더니 다시 풀었다. “희주야, 좋아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건 나 자신에게도, 그 여자분한테도 실례가 되는 일이야.”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고.” 그의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었고 나도 그 속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눈길을 피해버렸다. 나는 더 이상 순진하기만 한 소녀가 아니었고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만약 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된다면... 스킨십을 할 때마다 오빠는 어떨까?’ 자신의 몸 상태를 떠올리자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세 번의 암 수술을 거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지내야 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 “오빠, 소연이한테서 전화가 왔어. 손효정 씨가 좀 이상하다고 하더라고...” 대화의 흐름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제를 돌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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