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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부르면 바로 달려갈게

나는 바로 네비게이션을 켜 문정우가 얘기한 아파트 주소를 입력했다. 가는 내내 네비게이션 소리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마주한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아파트에 도착한 문정우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오히려 나를 쳐다보았다. “희주야, 배진욱과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너희 둘이 결혼했다고만 들었지 다른 얘기는 듣지도 못했어.” 나는 그를 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3년 동안 배진욱이 매번 어떻게 여자들을 집에 데려왔는지? 아니면 암이 재발에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선배, 어차피 이혼할 건데 이 얘기는 그만해요.”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남은 시간이 소중해서 어차피 해야 할 이혼, 배진욱에게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문정우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좋아. 카톡 친구 추가 하자. 핸드폰 번호 알려줘.” 나는 묵묵히 그에게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준 후, 그가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리를 떠나기 전, 문정우가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는 널 응원할게. 배진욱이 귀찮게 하거든 언제든지 불러. 바로 갈게.] 마지막 한 마디를 본 나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문정우는 항상 나에게 관대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내가 배진욱을 쫓아다닐 때 배진욱이 상대하지 않으면 선배가 항상 나를 찾아와 위로했었다. 당시 모두가 문정우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모른척하며 일부러 그와 거리를 두고는 했다. 그래도 선배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배진욱과 사귀게 되었을 때, 문정우는 술을 많이 마셨는데 당시 그의 룸메이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한번 와보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가지 않았었다. 나중에 낯선 번호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부르면 바로 오겠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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