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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장 원했던 적이 없어

내 목소리는 차분하다 못해 심지어 차가웠다. 원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원망하고 안 하고는 별 의미가 없었다. 나는 내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며칠 만에 이렇게 기운이 없어졌는데 만약 또 재발한다면 이젠 아무런 방법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좋은 말만 한다고 하지 않나, 나는 모든 원망을 삼켜버렸다. “배진욱, 이제 그만하자.”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희주야,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배진욱은 머리를 감싸 쥐고 병상 옆에 무릎 꿇은 채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미안하다며 용서를 빌었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자신의 잘못이라며 나를 믿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마치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가슴이 조여오다 못해 미친 듯이 아파왔다.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애써 눈물을 참았다. “배진욱, 전부 네 잘못만은 아니야. 나도 잘못했어.” “나도 예전엔 너를 엄청 사랑했어. 우리 엄마는 항상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었지. 다만 넌 할머니를 등에 업고 있어서 이젠 더 이상 나와 우리 가족까지 업을 수 없었던 거야.” “그때 강씨 가문은... 우리 엄마, 아빠는 그 사건에 너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 헀어. 그러니까 원망하지 마. 원망할 거면 날 원망해.” 배진욱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과연 이 모든 게 누구의 잘못일까? 나도 잘못이 있었고 우리 엄마도 잘못이 있었다. 엄마는 한 번도 배진욱이 고아라고 해서 그를 무시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우리가 만나는 걸 반대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우리 모두 배진욱이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을 뿐이다. 최선이라고 했지만 정말 그를 위한 것이었을까? 나는 배진욱이 당시 얼마나 무력하고 얼마나 슬펐을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죽도록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귀국하자 그는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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