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장 증거

배진욱이 나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최지연을 위해서였다. 나는 마음이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무거운 돌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외국에 있는 게 힘들다는 것도 알아. 국내에 있는 네 회사는 내가 잘 챙길게.” “내 카톡 추가해. 네가 라이브 방송을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그 정도 보상은 해줄 수 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필요 없어. 만약 최지연이 공개적으로 사과해 준다면, 라이브 방송을 켜서 사과한다면 생각해 볼게.” 최지연이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다른 일에 있어서는 체면을 세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랑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절대 체면을 지킬 것이었다. 역시나, 내 요구를 들은 배진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마 배진욱도 최지연을 설득했겠지... 하지만 최지연이 나한테 고개를 숙일 리 없으니, 뭐.’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어, 최지연이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 “배진욱, 이건 나랑 최지연 사이의 일이야. 용서할 생각도 없고. 증거를 공개하고 말 거야.” 뒤로 돌아서기 전에 나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아니면 지금 당장 귀국하든가. 경찰에 신고할 거거든. 네가 알아서 선택해.” 최지연이 만약 스턴국에서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한다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사고만 치는 최지연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에 나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배진욱이 눈치 있게 최지연을 데리고 돌아가 준다면 굳이 번거롭지 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내가 돌아가려 하자 그는 급해졌는지 나를 붙잡았다. “희주야, 신고하지 말고 말로 하자. 지연이 임신 중이잖아.” “최지연 씨 아이도 아니잖아요.” 안민혁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배진욱의 손이 제쳐졌다. 안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경찰 부를까요?” “누구시죠? 이건 저랑 희주 사이 일이에요. 비켜주시죠?” 배진욱과 안민혁은 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