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장 혈육으로 이어진 아이

“아무튼 그쪽에서는 원래 그 디자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중도 포기할 줄 알았대요.” 민경석은 다소 울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나 그는 뒤로 조용히 친구에게 물어봤던 모양이다. 그 친구는 임시직으로 단지 박사 과정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막판에 디자인을 바꾼 덕분에 결국 입찰에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 교수님도 당시 자신의 논문 프로젝트가 그 디자인에 들어갔다고 하시니, 우린 딱히 항의할 방법도 없어요.” “증언해 주시겠다고는 하지만 회사 내 다른 직원들이 선뜻 나서지는 않을 거예요. 에휴...” 민경석은 우울한 듯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이 일에 대해서는 재연 그룹도 이미 알아봤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들은 결코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포기했다는 건 아마도 대산 그룹 쪽에서 철저히 준비해 놓은 게 분명했다. 세상에 똑같은 나뭇잎이 없듯이 완벽하게 동일한 디자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대체적인 디자인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세부적인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답답한 마음에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고채영이 얼른 나를 말리며 소리쳤다. “너 술 마시면 안 돼!” 나는 어쩔 수 없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게 당연했다. 요즘 내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곧 죽을 것만 같은 허약함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재빨리 주스를 집어 들었다. “승희야, 최지연이 배진수랑 카페에서 만난 걸 봤다고 했지?” “맞아, 이상하지 않아?” 문득 뭔가 떠올랐다. 그날 최지연은 몸이 좋지 않다고 했었다. 하지만 사진을 몇 장 찍거나 영상을 잠시 찍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그 정보를 배진수에게 넘기고 또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민경석을 바라보았다. “네 친구가 누구한테 야근 지시를 받았는지 말했어?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