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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장 똑같은 디자인

나는 그녀에게 여러 번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류를 교환한 후 장승희에게 옆에서 영상을 찍어달라고 했다. 작업실에 있는 몇 안 되는 동료들을 모두 불러와 사무실에서 증인으로 삼았다. “강희주, 너 미쳤어? 내가 너를 모함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화가 난 모양인지 최지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정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임신하면 3년 정도 멍청해진다더니 네가 나를 모함했던 일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배 속의 아이를 조심해. 너 화내면 안 되잖아.” 나는 그녀가 서류에 손도장을 찍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그녀 앞에서 서류를 내 가방에 넣었다. “이 서류는 내가 잠시 보관할게. 내 몸에 지니고 다닐 거니까 절대 못 찾을 거야.” 최지연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졌다가 반복되었다. 분명히 내가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뱀에게 물리면 열 년은 두려운 법이라 나도 어쩔 수는 없었다. 이 서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내가 계속 보관할 생각이었다. 최지연이 현장에 가게 되었으니 나는 갈 필요가 없었다. 나는 바로 배진욱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최지연이 찾아왔고 그녀가 나 대신 현장에서 발표를 맡겠다고 한 일을 전했다. 그 뒤로 배진욱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59초짜리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그것도 듣기 귀찮았다. 입찰이 성공할지 아닐지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참석했으니 내가 가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내가 거길 가서 뭐해? 최지연이 잘 발표하면 모든 공은 최지연의 것이고 나와 내 작업실은 이름조차 남지 않을 텐데. 최지연이 발표를 망치면 결국 내가 나서서 뒷수습을 해야 할 거고...’ 이건 내 프로젝트지만 남의 실수를 내가 책임지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디자인팀이 무대에서 설명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가 그동안 사모님이라는 이유로 그 일을 맡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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