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장 애매한 위치

나는 최지연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포기한다고? 아이가 유일한 무기인데?’ 아마 평소에 배진욱과 배성후를 협박하면서 익숙해진 말버릇일 것이다. 그녀는 나를 보며 잠시 멈칫했지만 곧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이 아이는 나와 진욱이의 사랑의 결실이야.” “나는 반드시 이 아이를 잘 낳을 거야. 내가 아들을 낳아주면 진욱이는 나에게만 마음을 쏟게 될 거야.”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 생각했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최지연은 반박할 테고 자신이 왜 옳은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수많은 이유를 댈 것이다. 내가 다시 말을 하지 않자 최지연은 점점 더 화가 나는 듯 보였다. “강희주, 그 눈빛 뭐야?” 나는 맹세코 그녀를 쳐다본 게 아니라 단지 탁자 위에 있는 깨진 모서리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 모서리는 얼마 전 배성후가 배진욱을 때리려 하다 부러진 것이었고 그때 배진욱이 무릎을 꿇고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게 불과 얼마 전 일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최지연, 성질 좀 죽여.”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의 화가 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고?” “성질 좀 죽이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임산부의 감정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잖아.”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길 원한다면 성격을 좀 고치는 게 좋을 거야.” 사실 최지연의 아이가 건강할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최지연은 나보다 더 건강했으니 말이다. 나는 잃어버린 내 아이를 떠올리며 배를 가만히 만졌다. 사실 임신했을 때도 나는 지금처럼 배가 거의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다 다시 나는 고개를 들어 최지연을 바라봤다. “진욱이가 배씨 가문에서 얼마나 애매한 위치에 있는지 너도 알잖아. 진욱이는 부모님의 지지도 받지 못했고 할아버지도 진욱이만을 지지하는 게 아니야.” 내 말에 최지연은 갑자기 차분해졌다. “그게 무슨 뜻이야?” “전에 너에게 말했듯이 진욱이가 반드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