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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장 처량

최지연은 날 향해 몇 걸음 걸더니 자리에 멈춰 섰다. 날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이성을 잃고 확 밀어버려 최지연과 아이의 목숨을 모두 앗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나 최지연은 또 의기양양해서 말을 꺼냈다. “강희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또 재연 그룹에 발을 붙이려고 수작하는 거잖아.” “내가 지금 임신 중만 아니라면 바로... 우리 1년 후에 두고 보자고.” “빨리 꺼져. 내 눈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난 힘껏 최지연을 밀었다. 그러자 최지연은 당황해서 자신의 배를 꼭 끌어안으며 행여나 사고가 생길까 조마조마해했다. 최지연은 나보다 두려운 게 더 많았다. 이 아이는 최지연의 유일한 살길이었으니.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지는 몰라도 10개월 안으로 최지연은 배씨 사모님이 될 가능성이 컸다. 우리 두 사람이 투덕거리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 장승희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수신자가 배씨 저택인데 누구야?” 장승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최지연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무슨 일이세요?” “진욱이가 깨어났어.”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사무실 안의 세 사람은 모두 선명하게 들었다. 이어 최지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욱이가 깨어났다고? 정말?” 날 힐끗 바라보던 최지연은 빠르게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최지연은 아주 두려울 것이다. 행여나 배진욱이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배진욱의 예전 성격대로라면 최지연은 아마 뼈도 추스르지 못할 것이다. 핸드폰 넘어 상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최지연이 널 찾아갔느냐?” “재연 그룹에 있는데 지금쯤 엘리베이터 탔을 거예요.” 난 무표정으로 최지연의 행적을 보고했다. 배성후가 사람을 시켜 최지연을 잘 관리해 준다면 나도 많이 편해질 것이다. “그래. 사람을 시켜 지켜보게 하마.” “희주야, 그래도 병원에 와주면 안 되겠니? 지금 당장.” 배성후는 예전처럼 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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