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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이혼

배진욱이 한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꽂혔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배진욱은 내가 어떤 상황을 괴로워하는지 잘 알고 있어 말할 때에도 여지의 남기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힘겹게 눈을 부릅떴지만 점점 더 빨갛게 충혈되었다. 특히나 유시은 앞에서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생각해 보면 배진욱의 말이 맞다. 내가 재연 그룹의 대표도 아닌데 섣불리 회사의 명의로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았으니 선을 넘은 것이다. ‘늘 푸대접받는 나 같은 사모님이 회사를 대표할 수가 없지...’ 하지만 이 일은 반드시 내가 책임을 져야 하고, 송재욱에게도 그럴듯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송재욱의 회사에 왔을 때 그는 이미 화가 잔뜩 났고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찻잔을 내 앞에 던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산산조각이 났다. “강 팀장님, 일을 이딴 식으로 하면 안 되죠. 재연 그룹의 일정을 맞추려고 생산을 얼마나 앞당겼는지 알긴 해요? 저희랑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골탕 먹이는 거예요?” 입이 열 개라도 한 말이 없다. 재연 그룹의 프로젝트는 이미 드림팩토리에 넘어갔으니 송재욱과 손을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사과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송재욱은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내 어깨를 밀면서 밖으로 내쫓았다. 순간 코에서 뭔가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겁에 질린 송재욱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강 팀장님. 희주 씨.” 코를 스윽 닦자 손등은 피로 빨갛게 물들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때 송재욱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119에 전화해.” 주사 부작용이니 괜찮다고 말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점차 눈앞이 흐려지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다행히 완전히 기절한 게 아니어서 의식은 조금 남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구급차에 태우는 듯 요란했고 옆에서 누군가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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