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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장 궁지로 몬다.

배성훈이 화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자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실 나와 배성훈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지만 배성훈은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나를 정말 형수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것도 정의감 때문이겠지?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으니 말이다. 정의로운 감정으로 온 힘을 다해 최지연을 도왔었다. 배성훈은 아무래도 아직 사회의 험악함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천진난만 한 것이다. 소성진은 검사를 마치고 여전히 나에게 시시콜콜 당부하고 나서야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배성훈은 내 침대 옆에 앉아 코를 훔치며 말했다. “형수님, 이혼하면 안 돼요. 형도 이런 상황을 알아야 해요.” “주식도 넘기면 안 되고 회사를 떠나는 건 더더욱 안 돼요!” “형수님 지금 상황은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형이 이러면 안 되죠!” 배성훈은 내 옆에서 쉴 새 없이 말했고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아픈 건 난데 왠지 내가 배성훈을 위로해 줘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도련님, 됐어요. 이혼 얘기는 이미 끝났어요.” “도련님 귀국 전부터 진욱 씨랑 이혼할 생각이었어요. 이혼서류도 벌써 몇 장을 프린트했는지 몰라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배진욱은 전에는 유시은과 불륜 하느라 바빴고 지금은 최지연과 불륜 하느라 바빴다. 나는 순간 내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 중 제일 행복했던 시간은 아마 오창시에 머물렀던 시간뿐인 것 같았다. 그것도 한 달 남짓한 시간뿐이었지만 말이다. 몇 년간 배진욱의 시간은 모두 다른 여자들을 위해 썼고 나는 이름뿐인 아내에 불과했다. 아마 정말 대학 기간에 너무 사랑해서 하늘도 우리를 질투했나 보다. 배성훈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안 되겠어요. 지금 당장 형한테 전화해야겠어요.” “형은 기억을 잃은 거지 바보가 된 게 아니잖아요? 이 상황에 이혼이라니 말도 안 돼요!” 배성훈은 순간의 정의감에 사로잡혀 당장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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