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0장 우리 얘기 좀 해

병실 앞에 서 있는 나는 최지연이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진욱이 갑자기 쓰러진 것도 이상하거니와 정말 그를 좋아한다면 왜 검사를 막을까? 소성진의 말에 최지연은 어리둥절한 듯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막는 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겁니다. 검사에 필요한 거면 다 하세요. 다만 자꾸 피만 뽑으니까 이 사람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배진욱을 위하는 듯한 얼굴에 소성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최지연의 얼굴에 왠지 모를 걱정이 스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발견한 최지연은 다시 덤덤한 모습으로 배진욱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나를 보기 싫어하는 배진욱은 내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이혼할 사이에 굳이 걱정하는 척하지 않아도 돼. 몸이 안 좋은 거 아니었어? 유산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얼른 가서 쉬어. 나중에 나 때문에 아팠다고 하지 말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배성훈이 나를 위해 몇 마디 두둔하려 했지만 내가 얼른 그를 막았다. 배진욱은 사실 독설을 많이 하지 않는다. 독설을 못 해서가 아니라 말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을 경멸할 뿐이다. 정말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를 상대하던 것처럼 바로 액션을 취할 것이다. 나는 그와 최지연의 경멸스러운 눈빛에 그대로 병실을 빠져나갔다. 마음이 너무 아파 토할 것 같았지만 참을 수 있는 나의 마음가짐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다만 나는 바로 떠나지 않고 바로 소성진을 찾아갔다. 배진욱의 검사 보고서를 보고 있던 소성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라도 있나요? 중독된 거예요?” 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묻자 그는 바로 보고서를 내 앞에 펼쳐 보였다. 다양한 전문 용어를 본 나는 눈앞이 막막했다. “이걸 알아보면 그동안 내가 한 게 공부가 아니겠죠. 배진욱은 중독되지 않았고 각종 수치도 정상이에요. 회복 상태도 좋고요. 정말로 신경이 상한 것일까요? 진짜로 귀신이 붙은 것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