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장 살인범

문정우의 품에서 벗어났을 때 문 앞에 있는 배진욱과 최지연을 보았다. 최지연은 배진욱의 그림자처럼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닌다. 문정우는 휴지를 뽑아 내 눈물을 닦아주더니 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살인범이 여길 왜 왔죠?” 배진욱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나를 살인범이라고 한 거예요?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죠.” 최지연도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강희주는 처음부터 아이를 지우려고 했어요.”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음산한 눈빛을 내뿜으며 나를 쳐다봤고 나는 그녀와 배진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꺼져.” 배진욱의 기억이 흐트러진 상태이든 아니든 나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문정우의 말이 맞다. 그는 살인범이고 우리 사이의 아이를 본인 손으로 죽였다. 설령 이 아이를 낳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해도 살범인은 결국 배진욱이다. 배진욱이 최지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지연이가 너 방금 유산했다고 가서 보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여기 왔을 것 같아? 지연이도 아픈 몸을 이끌고 널 보러 왔는데 너는 대체 무슨 태도야?” “그럼 다행이네요. 빨리 본인 애인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세요.” 문정우는 두 사람을 밖으로 밀치며 말했다. “좀 이따 기자들이 올 텐데 괜히 애인이 있는 게 발각되겠어요.” 밖으로 밀려나던 최지연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었다. “선배, 강희주에게 정말 잘해주네요. 대학교 때 강희주 좋아했다면서요? 그 후로 계속 연애를 안 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계속 강희주를 기다린 거예요?” 최지연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설마 이 아이가 선배 아이는 아니죠? 안 그러면 왜 이렇게 빨리 여기에 온 건데요?” “배진욱이야말로 가장 비참하네요. 와이프가 바람 피우는데도 회사를 위해 모욕을 감수해야 하니까요!” 문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영상을 찍고 있었다. “선배, 상대하지 마세요! 밖에 기자들이 있어요.” 나는 최대한 목소리 톤을 낮추려 했지만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