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1장 내일이면 퇴사
배진욱은 식은땀이 이마를 적신 채 약을 거부했다.
“지연이에게 전화해 빨리 오라고 해! 빨리!”
배성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날 가리켰고 난 서둘러 최지연에게 연락했다.
최지연은 이 저택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지 10여 분 만에 빠르게 도착했다.
내가 약을 그녀에게 건네자 최지연은 배진욱에게 다가갔다.
“진욱아 빨리 약 먹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배진욱이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지연아 왜 이제야 왔어.”
“왔으니까 빨리 약 먹자.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지 말고.”
배진욱은 최지연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약을 삼켰다.
그녀는 물을 한 컵 따라 건네고 그를 부축해 소파로 향했다.
배진욱이 최지연을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게 눈에 보여 난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아예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배성후가 날 힐끗 바라보더니 마른기침했다.
“희주야, 저 아이는 지금...”
“할아버님,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애써 입꼬리를 올렸지만 울기보다 못한 표정이 되었다.
배진욱의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는 가끔가다가 아직도 자신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진욱이 다른 사람을 나로 착각해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속도 말이 아니었다.
배성후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최지연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연아, 괜히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저 아이는 지금 너만 믿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구나.”
“조금만 더 신세를 져도 되겠느냐?”
배성후의 말에 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난 바로 알아차렸다.
배성후는 최지연이 이곳에 남아 당분간 배진욱의 옆을 지키길 바랐다.
난 주먹을 불끈 쥐었고 당장 이 방에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배성후에게 있어 난 그저 손자가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배진욱이 이제 날 좋아하지 않게 되면 난 그 가치가 사라졌다.
최지연이 배진욱에게 잡힌 손을 급하게 빼내며 긴장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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