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장 위에 사람이 있었던 거야

집안의 마지막 상황은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회사에 자금이 없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매일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의 상태를 묻기 위해 찾아왔던 것도 기억났다. 그 시기에는 나도 병을 앓고 있었고 정신이 온통 혼란스러웠다. 거기에 배진욱과 헤어지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너무 많은 일들을 놓쳐버렸다. 이제 돌아보면 우리 집은 그 당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파산할 리가 없었다. 분명 그 전부터 이미 무슨 징조가 있었을 것이고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조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세요. 우리 집이 꼭 파산할 이유가 없었잖아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조철은 잠시 갈등하는 듯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그 당시 큰 프로젝트 하나만 따냈어도 회사는 숨을 돌릴 수 있었어. 네 아버지가 나보고 끝까지 해보자고 했지. 그런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희주야, 나도 정말로 그때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 네가 믿어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네 큰아버지가...” “너희 큰아버지가 차라리 회사가 파산할 때를 기다리라고 하더구나. 자기랑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이야.” 알고 보니 강산은 이미 그때부터 아빠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접촉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철뿐만 아니라 다른 오래된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조사를 받으면서 사람들은 모두 불안해했고 결국 교통사고까지 나면서 엄마 혼자서 회사를 버티고 있었다. “너희 어머니는 원래 회사 일을 잘 알지 못했어. 많은 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했지.” “네 큰아버지가 차라리 너희 어머니와 함께 망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를 자기에게 넘기는 게 낫다고 했지.” “너도 알다시피 그때 내 딸이 막 중학교에 들어갔고 집안에 돈 쓸 곳이 많았어...” 조철은 고개를 떨구며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년에 접어든 사람은 부모님과 처자식 모두를 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