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장 유혹
나는 배진욱을 바라보며 도무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배진욱이 갑자기 서류를 집어 들고 벌떡 일어서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강 팀장님, 잠깐 사무실로 따라오시죠. 두 분은 잠시만 기다려 주시고요.”
배진욱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바로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문정우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배진욱을 따라갔다.
사무실에 들어간 후 나는 곧바로 블라인드를 내리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진욱아, 대체 무슨 생각이야? 신현 그룹이 어떤 곳인지 너도 잘 알잖아.”
“알아. 문정우 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 대학교 때부터 널 쫓아다녔잖아! 네가 결혼했는데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자식이잖아!”
배진욱은 이를 악물며 서류를 집어 던졌다.
“어차피 난 그 자식과 협력하기 싫어. 너무 짜증 나.”
배진욱의 투덜거리는 모습에 나는 참을성 있게 다시 한번 그에게 협력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배진욱은 묵묵히 서류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아예 손을 털어버렸다.
“됐어. 어차피 회사는 네 거니까 결정권도 너한테 달려있어. 내 말은 그저 참고 사항일 뿐이야.”
장단점을 다 말해주었지만 배진욱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 병 때문에라도 더 이상의 화는 금물이었기에 나는 배진욱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차라리 배진욱을 보지 않으면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고개를 돌린 나는 문 앞에 빨간색 옷자락이 스쳐 지나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강유정이 몰래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떠오른 나는 재빨리 배진욱에게 다가갔다.
“진욱아, 설마 유정 언니 때문에 강씨 가문과 협력할 생각이야? 너 정말 가리는 게 없구나.”
“뭐? 무슨 소리야? 너 미쳤어?”
배진욱은 테이블을 세차게 내려치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반면 나는 손을 들어 내 뒤를 가리키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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