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다른 사람
우리가 서로 감정싸움을 하지 않으니 많은 일들은 순조롭게 흘러갈 것 같았다.
강유정은 이상하게도 자신의 목적을 전혀 숨기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기에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넌 언제 큰아버지에게 연락했어?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잖아.”
“큰아버지께서 병원에 널 보러 오시더니 이번엔 네 사촌 언니가 회사로 날 찾아왔어.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내 생각에는 하늘다리 프로젝트만 원하는 건 아닐 것 같아.”
배진욱은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서툴러도 다른 부분에서는 절대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남긴 일기장의 내용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숨김없이 그에게 털어놓았다.
“너도 몇 번 봤던 오강 아저씨 기억나? 학교에도 날 데리러 몇 번 왔었잖아. 오랫동안 회계사로 일해오신 분이지. 난 아저씨가 아빠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때 일어난 일은 분명 문제가 있어. 그리고 경찰 측에서도 아저씨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이상한 것 같아.”
나는 배진욱이 우리 가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진욱은 멍하니 앞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분 정도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넌 어떻게 갑자기 이 일을 조사할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전에는 내 병세가 심각했고 귀국 후 엄마가 아프셨기 때문에 조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 암의 재발을 겪고 유시은과의 일이 또다시 터지면서 더욱더 조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소성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나의 미간이 어둡다며 피를 부르는 재난이 따를 거라고 말했었다...
역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신과 의사보다 점쟁이가 더 잘 어울리는 듯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엄마가 꿈에 나타나서 말했어. 그때 아빠와 관련된 일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다고.”
“난 엄마가 편히 잠들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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