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장 불여시
배진욱은 손바닥에 약간의 상처를 입은 것 말고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시은이 구해온 약은 전부 고가의 수입 약이라 한 알에 몇십만 원을 웃돌 정도로 비쌌으니 효과가 좋은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나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자기 몸 상태를 확인하기만 하면 되었다.
퇴원하는 날 고채영과 소유진은 병원 입구에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희주 님의 퇴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 하는 일마다 순조롭고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나는 재빨리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깊이 눌러쓴 후 두 사람을 모르는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걸리고 말았다.
배진욱은 기분이 매우 좋은 듯 집에 걸어둘 생각으로 그 플래카드를 소중히 보관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번 납치 사건을 계기로 배진욱과 나의 관계는 갓 결혼했을 때의 풋풋한 사이로 돌아간 듯했다.
단지 잠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며칠의 회복기간을 가진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한 나는 그제야 모든 것이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거의 모든 직원이 나를 보며 먼저 인사를 건넸고 더 이상 멸시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배진욱이 목숨을 걸고 구해낸 그의 와이프였다. 그로 인해 배진욱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고 떠돌던 회사 안팎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었다.
이제는 아무도 내가 단순히 돈만 밝히는 된장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진욱에게 사랑받는 사모님으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몇몇은 우리를 선 결혼 후 연애라며 배진욱을 탕자의 귀환에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직 하늘다리 프로젝트에만 몰두할 뿐 회사에 떠도는 소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프로젝트의 진행은 이미 많이 지연되었기에 이제 와서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문정우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한동안 그를 보지 못한 사이에 문정우는 많이 야위었고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전에 그는 카톡 메시지로 나에 관해 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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