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장 배후의 조종자

“경찰이 붙잡고 진술을 받고 있어. 아마 곧 올 거야. 그런데 너는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 봤어?” 황급히 달려온 듯 머리가 흐트러져 있던 소유진은 앞머리가 이마에 붙은 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눈을 반쯤 감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필요 없어. 그냥 비밀로 해줘.” “말도 안 돼, 너...” 소유진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소성진에게 제지를 당했다. “우리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은 배진욱 씨가 강희주 씨의 남편이라는 사실이에요.” 나는 소성진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배진욱은 내 남편이기에 법적으로는 그에게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채영이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어. 나와 관련된 일은 채영이가 전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걱정하지 마. 나는 곧 이혼할 테니 진욱이는 더 이상 내 남편이 아니게 될 거야.” “그럼 네 남편은 누구야? 이 포커페이스인 분?” 한쪽 팔에 깁스를 한 배진욱이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단번에 소성진을 한쪽으로 밀치며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성진 씨는 그냥 의사일 뿐인데 무슨 말을 더 하려고?” “집에 있던 이혼 서류는 내가 다 찢었어. 전자본도 다 삭제해 버렸고. 이제 넌 어디에 사인할 건데?” “내가 말했잖아. 난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난 널 구하려다 방사선에 노출까지 당했어. 내 손 좀 봐...” 배진욱은 서러운 듯 팔을 들어 보였다. 옆에 있던 소성진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의 목에 감긴 붕대를 단번에 풀어버렸다. “배 대표님, 상처가 손바닥과 손에 있으니 깁스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 순간 소유진과 나는 허공에서 서로 눈을 마주쳤고 둘 다 참지 못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오빠. 그만하고 나가자. 두 사람한테도 시간을 좀 줘야지.” 소유진은 소성진을 밀어내며 병실을 나섰고 나는 조금 어색한 눈빛으로 배진욱을 바라보았다. “난 이혼 안 해. 넌 나한테 빚진 거야. 내 손 좀 봐. 그리고 방사선 노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