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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정지헌은 망원경을 양지민에게 건네며 말했다. “잘 지켜봐.”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어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 김소정은 휴대폰 화면을 보며 메시지를 보냈다. [거기서 제 상황이 잘 보이나요?]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잘 보여. 지금 너 바위 위에 멍청하게 앉아 있는 게 딱 보이거든.] ‘멍청하게?’ 김소정은 그 글자를 보고 눈을 굴렸다. ‘역시 이 남자 입에서 좋은 소리는 나오질 않아.’ 하지만 그가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마치 그가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덕에 처음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곧 11시가 다가오는데, 여긴 여전히 조용하네요. 설마 그 종이가 아무 의미도 없는 거였을까요?] [12시까지 기다려보자. 그래도 아무 일도 없으면 돌아가면 돼.] [알겠어요.] 김소정이 답장을 마친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어지러운 발소리가 그녀의 귀에 닿았다. 그녀는 온몸이 긴장하며 급히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았다. 차 안에서 양지민이 급히 말했다. “대표님,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지헌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또 다른 망원경을 들어 산골짜기를 주시했다. 김소정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세 명의 남자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들은 어두운 피부에 왜소한 체격을 가졌고 어딘가 낯이 익었다. 아마도 공사장에서 본 적 있는 노동자들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녀가 익숙했던 사람들은 허이준이 소개한 나이 든 노동자들이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그들 중 하나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대장, 이 여자 정말 순진하네요. 우리가 온 걸 보고도 몰라요.”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큰소리로 웃었다. “내가 뭐랬냐? 이 여자는 자기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혈안이 돼 있으니, 그 종이를 보면 반드시 올 거라고 했잖아.” 김소정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물었다. “무슨 말이죠? 그 종이가 일부러 저를 유인하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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