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누군지 확인한 정지헌의 미간이 살짝 풀렸다. 전화를 받자 신지수의 가냘픈 울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헌 씨, 나 어제부터 계속 악몽만 꿔요. 꿈에 자꾸 뱀이 나와서 너무 무서운데 혹시 곁에 있어 주면 안 돼요?”
정지헌이 등을 소파에 기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김소정을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요. 지금 바로 갈게요.”
가을이지만 해가 떠 있으면 아직도 날씨가 매우 무더웠기에 김소정은 벽돌을 조금 날랐는데도 이미 땀에 몸이 흠뻑 젖었다.
이 벽돌은 깨진 것들이라 공사장에서 치워야 하는 것들이었다. 이태성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기에 정지헌이 김소정을 미워하는 걸 알고 일부러 더 힘든 일을 시켰다. 부서진 벽돌들은 분명 기계로 날라도 되지만 이태성은 굳이 김소정에게 수레에 담아 밖으로 내다 버리라고 했다.
김소정은 이태성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기에 김소정은 멍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바라보며 그 사과에 관한 자료를 찾아내 단서를 잡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물 한 병을 건넸다. 김소정이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선배 허이준이었다.
강다은은 허이준이 그녀를 위해 공사장에 들어온 거라고 말해줬다. 하긴 의대 수석인 허이준이 다른 이유 없이 여기 와서 노가다를 뛸 필요는 없었다. 김소정은 달리 보답할 수 있는 게 없어 신세를 지기가 싫었다.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허이준은 몰라보게 피부가 탔고 몸도 말라 있었다.
김소정은 허이준이 건넨 물을 받더니 말했다.
“선배, 여기 너무 힘들어. 이제 가.”
허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너 여기 들어온 거 너희 아버지 때문이잖아. 나도 돕고 싶어서 그래.”
허이준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김소정을 바라봤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김소정은 허이준의 앞길을 막기 싫어 시선을 돌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배, 사실 나 이미 결혼했어.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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