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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아주 좋아

성영준은 말 대신 냉정한 얼굴로 내 앞에 섰다. 나와 그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기껏해야 주먹 하나 정도 거리였다. 그는 키도 컸기에 나에게 주는 압박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나는 주눅 들지 않았다. 더더욱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전부터 돌려받으려고 했는데 요즘 수업이 없어서 못 뵙게 됐어요.” "머리끈은 별거 아니지만 남자친구의 소유욕이 강한 편이여서 여자친구의 개인 용품이 다른 남자에게 있는 걸 싫어해요.” "이 남자가 여자 친구의 삼촌이라도 불편해하거든요! ” 이때의 나는 마치 원한이 있는 부인처럼 애써 '삼촌'이라는 두 글자에 악센트를 주며 성영준과의 관계는 그가 일찌감치 정한 것임을 일깨워주었다. 우리 둘은 연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남자 친구를 사귈 권리가 있다. "그래!" "참도 잘 한다.” 성영준은 두 마디를 연발한 뒤 굳은 얼굴로 머리끈을 잡아당겼자만 안 건네줬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진심이야?” "물론이죠. 저와 제 남자친구는 결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연애는 시간랑비라고 생각해요.“ "그럼 네 물건을 가지고 꺼져! ” 성영준은 내 쪽으로 머리끈을 던졌다. 나는 받지 못했다. 머리끈이 항의하듯 마룻바닥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나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굽혀 머리끈을 주워들고, 걸어나갔고 창문 앞으로 걸어가는 성영준의 눈에 언뜻언뜻 스쳐가는 서운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다음날, 저녁 무렵. 나는 노트북을 안고 독서관에 가서 책을 볼 준비를 하고 있었는대 서지한이 전화가 걸려왔다. "반장, 빨리, 빨리 3번 농구장으로 와. 성 선생님과 백성민이 싸우고 있어.” 나는 넋을 잃었다. "알겠어, 곧 갈게!” 나는 3번 농구장으로 달려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괜히 놀랐다. '싸운다'는 것은 농구를 같이 하는 것이지, 몸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지한은 나를 흘겨보았다. "둘이 어떻게 된줄 알았잖아.” "헤헤,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네가 안오니까.” 서지한은 손에 응원봉을 쥐어 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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