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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돌려 까기

밤 11시가 되었을 때에야 드디어 서경시에 도착했다. “태워줘서 고마워요, 선배님. 나중에 봐요.” 안전벨트를 풀고 허 비서를 향해 손을 흔든 뒤 나는 감히 뒤는 보지도 못한 채 과일바구니를 품에 안고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 별장 2층. 아직 서재에서 일을 하던 엄마는 기척을 듣고는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안색이 좋지 못한 나를 본 엄마는 걱정스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다 인터넷에 있는 그 사람들 때문이죠, 뭐. 뭔데 날 그렇게 모함한대요? 자기네들이 능력이 없어서 높은 점수 못 얻는 주제에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확신하고….” 다급함에 나는 아무 말이나 하며 핑계를 댔다. 엄마는 한시름을 놓으며 라이브로 시험 문제를 풀어 반격을 한 건 아주 잘한 짓이라고 했다.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나는 차를 타고 오느라 조금 피곤하다고 한 뒤 일찍이 안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분명 눈물이 흐를 정도로 피곤했지만 잠은 조금도 오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머릿속에는 성영준과 허향기가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차피 잠도 안 오겠다 나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나는 허 비서가 아니라 성영준의 연락처를 눌렀다. 이리저리 내용을 작성하던 나는 끝내 허향기와 무슨 사이냐는 말은 보낼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 생에 나 대신 뒤처리를 해줬다는 이유로, 성지태가 나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성영준의 처”라는 이름을 나에게 줬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밤새 뒤척이던 나는 이튿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것은 물론, 물을 많이 마신 건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눈도 퉁퉁 부어 있었다. 나가기 전에 계란으로 문질렀지만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전 10시. 택시를 타고 모교에 도착했을 때 학교는 이미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고 몇몇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와 꽃을 달아주기도 했다. 이내 열렬한 박수가 울려 퍼지며 수능 만점자인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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