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꿀을 먹은 것보다 달았다
최고 보스가 눈앞에 있으니 난 곧바로 포르투갈어로 썰렁 개그를 했다.
물론, 썰렁 개그로는 실력을 증명할 수는 없으니 나는 인터넷에서 계약서 하나를 다운받아 그 자리에서 성영준에게 번역했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전문용어도 나는 상당히 유창하게 번역했다.
“어때요, 이제 저 고용할 거예요?”
나는 눈앞의 남자를 조용히 쳐다봤다. 성영준이 고개를 끄덕여 주길 바랄수록 그는 되레 더 청개구리처럼 굴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성한 그룹은 미성년자를 고용하지 않아.”
미친, 누굴 무시하는 거야?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글래머 몸매를 드러냈다.
“삼촌, 잘 봐요. C컵인 미성년자를 본 적 있어요?”
붉은 나시 원피를 입고 있는 탓에 몸을 조금만 숙여도 가슴이 훤히 다 보였다.
내가 일부러 가슴을 모으자 하얗고 말랑한 것이 가득해져 성영준은 두 눈이 가라앉았다.
“소지안!”
그 호통은 딱 봐도 진심으로 화가 난 듯했다. 나는 얼른 그만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게다가, 16살 미만이어야 고용 못 하는 미성년자지 전 만으로는 18살 넘었거든요?”
“그래도 안 돼.”
성영준은 다시 한번 매정하게 나를 거절했다.
하아, 마냥 성영준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전의 소지안은 성지태를 너무 사랑한 탓이었다. 이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성영준도 나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나는 서러움에 입술을 삐죽였다.
“제가 이 일을 제대로 못 해 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러는 건 어때요, 면접부터 봐봐요. 만약 제가 면접도 못 통과하면 다시는 귀찮게 굴지 않고 눈앞에서 사라져 줄게요. 근데 제가 면접에 합격하면 제 요구 하나 들어주세요. 내기할래요?”
“꼭 겪어보지 않고는 포기를 모르는군.”
말을 마친 그는 결제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키에 범상치 않은 차림새, 행동거지에 묻어있는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비록 차가운 성격이긴 해도 잘생긴 이목구비에 수많은 여자들이 그를 쳐다봤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민도 하지 않고 성영준의 팔짱을 끼며 실제 행동으로 자리에 있는 모든 남자에게 이 남자는 나의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다행히 성영준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고 나는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저 내일 성한 그룹에 몇 시에 면접 보러 가요?”
“내가 대답을 했나?”
“아까 겪어보지 않고는 포기를 모른다고 말했잖아요. 그건 암묵적인 동의 아니에요? 후회해도 늦었어요.”
나는 떼쓰기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성영준은 나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9시, 허 비서 찾아가.”
“좋아요!”
하하, 성영준은 비록 차가워 보여서 융통성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뻔뻔하게 애교를 부리면 안 될 것은 딱히 없었다.
이튿날, 오전.
9시도 안 돼서 나는 몰래 엄마의 정장을 빼앗아 입은 뒤 택시를 타고 성한 그룹으로 향했다.
그런데 면접에 응시하러 온 사람이 족히 백 명은 넘게 있었다.
전부 명문대 졸업생들이었다.
고학력인 그들에 비해 확실히 아무런 우세도 없었던 나는 필기와 스피킹 그리고 임기응변에서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성한 그룹은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 탓에 나는 순조롭게 마지막 면접까지 통과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특별히 월급은 필요 없고 공부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고 대학에서 졸업하면 성한 그룹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돌아가서 연락 기다리세요. 오후 2시쯤 결과 나올 겁니다.”
허 비서는 그렇게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마침 고기를 들고 도착했고 나는 온갖 아양을 부린 끝에 엄마를 집으로 속여서 불러왔다.
그리고 일가족 세 사람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허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후배님, 축하드려요. 면접에 통과하셨습니다.”
“꺄아아, 통과했어, 통과했어요! 너무 좋아!”
나는 기쁨에 펄쩍 뛰어올랐다.
정말 힘겨운 승리였다.
만약 이래도 탈락했다면 앞으로는 정말 성영준을 만날 면목이 없었다. 사실 나도 백 퍼센트 확신은 없었다. 내가 노린 것은 바로 성영준의 측은지심이었다.
나는 곧바로 성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저 통과했어요. 하하, 어젯밤에 우리 얘기했잖아요. 제가 면접만 통과한다면 제 요구 들어주신다고!”
“말해.”
성영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나는 휴대폰을 든 채 기뻐하는 얼굴로 빠르게 얘기했다.
“비밀이에요. 이번 일이 끝나면 알려줄 거예요. 약속만 지켜주세요.”
성영준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삼촌, 그럼 내일 봐요~”
나는 기분이 아주 달콤해졌다.
성영준이 남자 친구라고 나타나기만 한다면 성지태의 부모님은 아무리 파혼이 싫어도 감히 성영준의 여자 친구는 건드리지 못했다.
어쩌면 성지태는 나를 외숙모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그 광경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너무 짜릿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