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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온몸이 오싹하고 무기력해지는 걸 느꼈다. 정상인도 최대 400mL까지 뽑을 수 있는데 임산부인 그녀는 한 번에 600mL를 뽑았다. 유미나의... 좋은 계략이었다! 이번 한 번만 뽑는 게 아니라 다음번, 또 그 다음번이 있다! 그녀의 몸이 허약해서 아이를 지킬 수 없을 때까지 말이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변섭이 깊이 걸어 들어왔다. “다 뽑았어요?” “네.” 간호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바로 응급실로 가져가겠습니다.” 이변섭은 손을 흔들었다. 그는 강수지의 앞에 다가갔다. “너 때문에 원장님이 쓰러졌으니 네가 헌혈하는 게 당연해.” “내 피를 몇 밀리리터나 뽑았는지 알아요?” 이변섭은 차갑게 말했다. “뽑을 만큼 뽑았겠지.”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수지는 창백하게 웃었다. “하... 원장님은 미래의 장인이고, 당신 마음속에는 나보다 그의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요.” “나는 이미 아버지가 없으니 유미나 씨가 아버지를 잃게 할 수 없어.”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유미나는 도대체 뭘 했길래 대표님이 이렇게 아끼는 거예요?” “유미나 씨는 내 여자야.” 그들은 함께 잤기 때문이다. 유미나가 몸으로 그의 약을 풀었기 때문이다. 강수지는 몸이 떨려왔다. “그럼 저는요? 전 뭔데요?” “강수지, 네가 내 곁에 있는 것은 속죄하러 온 것이지, 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야.” 그녀는 이변섭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싸늘해지며 절망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 너의 아버지가 내 아버지를 죽였어. 넌 유미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그럴 수 없어.” “난 그러지 않았다고요!” 강수지가 또박또박 말했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CCTV를 돌려 봤어. 원장님은 너에게 선물을 주려고 웃고 있었지만 넌 언짢았잖아?” 이변섭이 물었다. “너는 원장님을 밀치고 화를 내다가 결국 선물을 떨어뜨렸지.” “내가 왜 그의 물건을 받아야 하죠?” “원장님 호의잖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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