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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지예슬은 말을 끝내고 신발로 바닥을 콩콩 찍었다. “이 가죽 구두도 오빠가 사준 거야. 어때, 예쁘지?” 목소리에 가득한 자랑스러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온서우는 정서준이 사줬다는 말을 듣자 속으로 그를 욕했다. ‘완전 쓰레기네, 빨간 원피스를 대량 구매해서 여기저기 나눠주는 거야 뭐야.’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 없이 웃으며 짧게 답했다. “잘 어울려요.” 원피스는 너무 예쁜데 안타깝게도 입은 사람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온서우가 짐을 챙겨 욕실로 가려던 차에 지예슬이 또다시 뒤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봐, 여기 보온병도 있어! 이거 안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반나절은 따뜻하게 유지된다니까. 마침 며칠 뒤에 대학교에 들어가는데 이걸로 뜨거운 물 언제든 마실 수 있겠네. 아, 이거도 오빠가 사준 거야.” “서우야, 오빠가 너한테도 돈을 줬을 텐데 너는 뭘 샀어?” 온서우는 지예슬이 일부러 자신을 질투하게 하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조금 속상한 기분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굳어졌고 표정은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소설에서도 정서준은 경제적으로 지예슬을 챙겨줬고 종종 돈이나 선물 같은 걸 지원해 주곤 했다. 하지만 글로 읽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은근히 신경 쓰이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게 질투나 부러움이라기보다는 차별 대우를 받는 듯한 억울함이었다. 온서우는 등을 돌린 채 무표정하게 말했다. “서준 씨는 나한테 돈이나 선물 같은 걸 준 적 없어요.” 그리고 그대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온서우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지예슬은 입가에 살짝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온서우는 목욕을 마치고 침대로 돌아와 곧바로 누웠다. 잠들기 전에 아침 7시에 맞춰 알람을 설정했다. 시험은 오전 9시에 시작이니 7시에 일어나서 7시 반에 출발하면 8시에는 시험장에 도착해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히 두려는 계획이었다. 알람을 설정한 뒤 온서우는 안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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