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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진미숙과 정상철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 자리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제 터놓을 수 있었다. 오늘 소문을 들었을 때 진미숙은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여보, 희영이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 서우가 시험 본다고 하니까 헛소문을 퍼뜨리고 괜히 우리 가문까지 끌어들이잖아요.” 정상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서우가 우리 덕에 시험에 합격한다는 소문이 희영 씨가 퍼뜨린 거야?” “희영이 아니면 누가 그러겠어요? 서우가 군악대 지원하려는 거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지난주에 희영이랑 지영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희영이의 시누이가 마침 홍보과에 있다길래 혹시나 해서 시험 소식이나 물어봤던 거잖아요. 뒤에서 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험에 대해 정보 좀 알려달라고 한 건데 말이에요.” “그때는 별 말 없더니 돌아서서 서우한테 시험 보지 말라고 하고 결혼이나 빨리 시키라는 둥 그러는 거 우리 아들한테 관심이라도 가질까 봐 그러는 게 아니겠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희영이는 서우가 시험 보지 않길 바라는 건 물론이고 우리 서준이가 서우를 좋게 보지 않길 바라는 것 같았어요.” 그러자 정상철은 예상했다는 듯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예전부터 장희영 그 여자랑 거리를 두라고 했지? 그런데 당신은 내가 희영 씨한테 편견이 있다며 내 말을 안 듣고 희영 씨가 당신이랑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라서 걱정해 주는 거라고 했잖아. 이제 알겠어?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속셈이 많은 사람이야. 그 모녀를 보면 둘이 아주 똑같아. 내가 주지영이랑 서준이를 엮는 것도, 주지영을 양딸로 삼는 것도 반대했던 게 다 그것 때문이야. 그런 사람과 사돈 맺는 건 집안에 폭탄을 들여오는 거랑 똑같아. 언제 터질지 모르거든.” 진미숙은 남편을 불만스럽게 쳐다보았다. “내가 일부러 서준이랑 지영이를 엮으려던 것도 아니잖아요. 희영이가 계속 나한테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친구 사이라 거절도 못하고... 사돈 맺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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